청청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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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無力)의 공동체(요 20:19-23)
해체된 공동체사랑하는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던 순간, 그를 따르던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을 덮친 폭력은 너무나 컸고, 주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너무나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 압도적인 힘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아 골고다에 세웠습니다. 못 박힌 손과 발에는 피가 흘렀습니다. 몇 마디 말씀을 마치고 주님의 고개가 떨어지던 순간, 제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무력감은 단순한 감정이나 느낌이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도 꺼졌습니다. 주님을 향한 견고했던 확신은 무너졌고,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스승이 죽었으니 더는 제자일 수조차 없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주님이 숨을 거두신 바로 그 순간, 주님의 공동체는 완전히 해체..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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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과 큰 기쁨이 엇갈려서(마 28:1-10)
십자가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하여우리는 지난 사순절 기간,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며 순례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은 땅과 하늘 사이에 애처롭게 매달려 계셨습니다. 하늘에 오르지도 못하고,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땅과 하늘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 묶여 계셨지요. 그곳에서 주님은 하늘의 부르심과 땅의 인력 사이에서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물과 피를 쏟으셨습니다.네 권의 복음서는 각각 십자가 위에서 힘겨워하시는 주님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묘사합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거의 비슷한 논조로 기록합니다.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옷을 걸친 뒤, 가시 면류관을 엮어 머리에 씌웁니다. 강제로 무릎을 꿇리고는 ‘유대인의 왕’이라 부르며 조롱하고 때립니다. 그리고 주님은..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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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누구냐?(마 21:1-11)
신 vs 신고대 지중해와 그리스 세계를 중심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이자 탁월한 통치자의 대명사는 단연 로마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되던 로마의 내전을 종식시켰고, 이민족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거대 제국을 일치단결시켰고, 그 결과 제국의 영토는 확장되었으며 사람들의 삶은 매우 윤택해졌습니다. 황제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신으로 떠받들며 경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또한 자신을 향한 신격화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제국의 시민들은 신에 의해 통치받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진정한 평화가 도래한 자신들의 시대를 '로마의 평화, 팍스 로마나'라고 불렀습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대략 1..
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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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 속에서(시 130)
발 끝이 땅에 닿지 않는 경험대학 시절 어느 여름 방학으로 기억합니다. 신학교 동료들과 강원도 미자립 교회 여름성경학교 봉사를 마치고 근처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저는 수영을 전혀 못 하지만, 여럿이 어울려 물놀이하는 분위기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첨벙거리며 물에 뛰어들고 파도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하던 중, 불현듯 홀로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제 엄지발가락 끝에 지면이 닿지 않던 그 찰나의 감각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물속에서 내 발밑에 아무것도 없음을 느낀 바로 그 지점부터 극심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물에 삼켜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곁에 있던 튜브를 잡고 겨우 백사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벌써 25년도 더 된..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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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슬픔(요 4:5-29)
여성의 날1857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가혹한 탄압이었습니다. 그리고 50여년 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거스 광장에 1만 5,000여 명의 여인들이 모였습니다. 50년 전 그날을 기억하기 위함이었지요.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의류 공장 등에서 12시간 이상 노동했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광장으로 뛰어나가 우리에게 빵, 곧 생존을 그리고 장미 곧 존엄과 참정권을 달라 말했습니다. 3년 뒤 공장 안에 불이 났고, 공장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둔 탓에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거대한 시작이 됩니다. 사순절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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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순례길(요 3:1-17)
눈을 들어 산을 보니인간은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앞을 보고 걷는다는 것은 곧 시선이 닿는 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일입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하나님이 우리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간절한 부르짖음에도 침묵하시는 듯하고, 때로는 깊이 숨어버리신 것만 같아 우리의 시선은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하나님이 우리의 시선에 잡히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함께 교독한 시편의 시인이 가르쳐줍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는 것입니다(시 121:1). 그런데 조금 비뚜름한 생각이 올라옵니다. '산을 보면 하나님이 보이나?' '켜켜이 쌓인 저 산 앞에 서면 오히려 더 암담해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시인은 더 ..
2026.03.01
우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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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13일 예배 공동기도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여러 가지 마음의 모양을 갖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무탈하게 보낸 이도 있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이도 있습니다. 주님, 예배드리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당신의 음성과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해 주십시오. 주님은 밝은 귀를 갖고 계셔서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들으시는 분임을 잊지 말게 해 주십시오. 주님, 지난 며칠 우리는 멀리 유럽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에 설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말로 쓰인 우리의 슬픈 역사가 보편성을 갖추고 세계적 공감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오늘도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축하의 말을 할 수 없다는 그 작가의 말을 가슴 속에 오래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슬픔에 공감하고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감..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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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6일 공동기도
창조주이신 하나님, 하늘이 얼마나 맑고 높은지 주님 생각이 절로 나는 요즘입니다. 온 세상은 창조의 섭리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자꾸만 그늘이 드리웁니다. 세상의 속도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일그러집니다. 주님, 세상이 우리를 지나쳐가도 내 옆에는 언제나 주게서 나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바라보게 해 주십시오. 주님과 함께 걷는다면 세상의 속도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평화이신 주님, 중동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적의를 가득 담은 미사일이 집과 학교, 병원과 교회를 가릴 것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포탄에 땅이 패일 때, 우리 주님의 마음도 갈라지고 패입니다. 보복과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주께서 개..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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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예배 기도
하나님,오늘도 이곳에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지난 추석에는 가족, 친척들과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나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눈앞에 다가온 기후위기를 모두가 체감했습니다. 앞으로의 추석도 이렇게 계속 더워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변화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주님 우리와 함께해주세요. 친척들과 헤어지면서 요즘 같은 때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는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습니다. 하루 빨리 의료시스템이 정상화 되길 바라지만, 정부와 전공의들간의 갈등은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일부의 전공의는 응급실에 남아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부역자라 부르며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정부는 작성자를 색출해 구속하는 행태도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패배해야 끝이나..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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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8월 25일 예배 기도
주님! 우리는 성령 강림 후 연중 시기의 중간에 와 있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닮은 이 시기에 우리의 일상이 작은 신비로 풍성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진부하고 악한 소식과 우리에게 닥쳐오는 비극적인 사건들, 희망을 품기 어려운 반복적인 삶의 지속 가운데 우리의 삶은 쉽게 납작해집니다. 마치 뜨거운 날 홀로 우물 앞에 선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는 주님 앞에 간신히 서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말을 걸어오실 때, 우리가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우리의 납작했던 기도의 언어는 변혁되고, 예기치 못한 기쁨에 휩싸이며, 우리의 시선은 곁에 있는 공동체를 향하게 되고, 그 공동체가 함께 쌓아올렸던 것이 아름다운 형상으로 나타남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예배와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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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28일 예배 기도
하나님 아버지,오늘 이 시간, 저희가 주님의 앞에 나아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오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시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기를 원합니다.주님, 오늘날 우리는 무더위와 장마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계절의 극심한 날씨 가운데서도 주님의 평안과 위로를 찾기를 원합니다. 무더위로 인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주님의 시원한 은혜를 내려주시고, 장마로 인한 피해와 불편 속에서도 주님의 보호와 도움을 경험하게 해주세요.하나님,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이웃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이 계절이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되게 하시고, 이 어려움을..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