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9 성전을 마주보며, (막 13:1-8), 창조절 12주 아이들로부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느 한 주 쉽지 않은 날이 있겠느냐마는 우리는 이따금 평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이따금 찾아오는 무기력이나 방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점에 들렀다가 제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연세대학교의 김학철 교수님의 신간을 발견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머리말 첫 문장이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마주해야 했다" 였습니다. 우리는 나이와 상황에 상관없이 불쑥 방문하는 허무와 고통을 대면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데, 지난 며칠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서로 부딪쳐 파편이 되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쏟아져 나올 때면 마음 여기저기에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까닭도 없.. 2024. 11. 17. 용기 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마가복음 10:46-52), 창조절 9주, 종교개혁주일 환대에 대하여*우리가 사는 세상은 받아들이고 감싸안기보다는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으로 내치는 데 익숙합니다. 비단 한국 사회의 현상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문제지요. 이민자에 대해서, 난민에 대해서, 나와 입장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을 거절하고 울타리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모든 정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낯선 타자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에 기인합니다. 저 낯선 사람이 나의 평온한 삶에 균열을 가하지 않을까,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 나의 명성이나 명예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그렇기에 의로운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낯선 타자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대란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덕목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환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환대가 .. 2024. 10. 27. 내 오른쪽과 내 왼쪽(막 10:35-45), 창조절 8주 제자들의 처음을 기록한 이유예수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고 따르는 제자들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주님을 바로 곁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으니 참으로 복이다 싶다가도, 주님과 동행하는 일이 마냥 편치 않고 풍찬노숙하기를 밥 먹듯 하며, 세상의 환호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주 세상의 멸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자로서 사는 삶이 고되었겠다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되리라 짐작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제자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연습한 적이 없습니다. 제자 학교에 입학해서 제자 수업을 받았다거나, 제자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생활인이었습니다. 어부에서 세리에 이르기까지 직종도 .. 2024. 10. 20. 잿빛 하늘(막 10:17-27), 창조절 7주 타고난 재능이 흘러야 할 방향일본의 만화 작가 고토케 코요하루는 여러 단편과 장편을 그렸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절치부심하여 2016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0년에 종료한 그의 작품, 는 다행히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우리말 번역은 입니다. 그 작품의 한 에피소드 가운데 '렌고쿠 교쥬로'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작중에서 그는 주인공과 함께 선한 편에 서 있었고, 강력한 힘을 갖고 태어났으며 의협심이 크고 정의로우며 무엇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교쥬로는 그러나 매우 강력한 악당과 대결 중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패색이 짙었던 그를 깨운 것은 렌고쿠의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 2024. 10. 1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