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66 되돌아가는 길(눅24:13-35) 실패한 여행작가 앤드루 솔로몬의 여행기, 에는 그가 일곱 대륙을 횡단하며 건져 올린 성찰의 조각들이 빼곡히 담겨있습니다. 그중 유독 제 마음을 붙들었던 대목은 그의 남극 여행기였습니다. 정확히는 '남극 여행 실패기'라고 해야겠네요. 2008년, 솔로몬과 그의 배우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남극으로 향했습니다. 함께 배에 오른 이들도 저마다 일생의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여느 관광지가 아니라 남극이니 무슨 수식이 더 필요할까요. 항해하는 동안 솔로몬과 나머지 여행객 모두는 남극해의 경이로운 풍광과 희귀한 동식물, 그리고 낯선 이들과의 즐거운 조우를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이자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남극 대륙에 발을 내딛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뜻.. 2026. 4. 19. 무력(無力)의 공동체(요 20:19-23) 해체된 공동체사랑하는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던 순간, 그를 따르던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을 덮친 폭력은 너무나 컸고, 주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너무나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 압도적인 힘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아 골고다에 세웠습니다. 못 박힌 손과 발에는 피가 흘렀습니다. 몇 마디 말씀을 마치고 주님의 고개가 떨어지던 순간, 제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무력감은 단순한 감정이나 느낌이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도 꺼졌습니다. 주님을 향한 견고했던 확신은 무너졌고,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스승이 죽었으니 더는 제자일 수조차 없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주님이 숨을 거두신 바로 그 순간, 주님의 공동체는 완전히 해체.. 2026. 4. 12. 무서움과 큰 기쁨이 엇갈려서(마 28:1-10) 십자가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하여우리는 지난 사순절 기간,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며 순례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은 땅과 하늘 사이에 애처롭게 매달려 계셨습니다. 하늘에 오르지도 못하고,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땅과 하늘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 묶여 계셨지요. 그곳에서 주님은 하늘의 부르심과 땅의 인력 사이에서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물과 피를 쏟으셨습니다.네 권의 복음서는 각각 십자가 위에서 힘겨워하시는 주님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묘사합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거의 비슷한 논조로 기록합니다.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옷을 걸친 뒤, 가시 면류관을 엮어 머리에 씌웁니다. 강제로 무릎을 꿇리고는 ‘유대인의 왕’이라 부르며 조롱하고 때립니다. 그리고 주님은.. 2026. 4. 5. 이 사람이 누구냐?(마 21:1-11) 신 vs 신고대 지중해와 그리스 세계를 중심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이자 탁월한 통치자의 대명사는 단연 로마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되던 로마의 내전을 종식시켰고, 이민족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거대 제국을 일치단결시켰고, 그 결과 제국의 영토는 확장되었으며 사람들의 삶은 매우 윤택해졌습니다. 황제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신으로 떠받들며 경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또한 자신을 향한 신격화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제국의 시민들은 신에 의해 통치받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진정한 평화가 도래한 자신들의 시대를 '로마의 평화, 팍스 로마나'라고 불렀습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대략 1.. 2026. 3. 29.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