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53 작은 자의 긍휼(왕하 5:1-3, 7-15c), 창조절 여섯째 주일 나아만 이야기시리아에는 나아만이라는 걸출한 군사령관이 있었습니다. 열왕기 말씀은 나아만을 가리켜 왕이 아끼는 인물 그리고 세간에 존경받던 자라고 묘사합니다. 그의 용모 역시 대단하여 말씀은 그를 가리켜 "강한 용사"라고 말합니다. 장군다운 풍모를 지녔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불행히도 모든 것을 갖춘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이 사람에게 나병, 오늘날에는 한센병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지금이야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지만, 고대 세계에서 한센병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치료가 불가능했고 완전 격리 외에는 병의 전파를 다스릴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나아만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합니다. 한센병 앞에 그의 강한 용사다운 풍채도, 높은 권력도, 왕의 특별한 사.. 2025. 10. 12. 돈 앞에 지혜롭기 혹은 어리석기 (눅 16:1-13), 창조절 셋째 주일 청지기의 기이한 대처복음서가 들려주는 주님의 말씀 가운데 어느 하나 간단한 것이 없습니다. 주님의 의도가 쉽고 간명하게 드러나는 말씀도 있지만, 대부분 오랜 숙의와 성찰 그리고 적용과 실천이라는 과정을 통과해야 희미한 의미라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누가복음 16장 1절에서 13절 말씀은 특히나 그 난해함이 이를 데가 없습니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우리가 주님 말씀을 통해 기대하는 바와 사뭇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비유에 관한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판단을 뒤흔듭니다. 자, 여러분들도 이 비유 말씀을 듣는 주님의 제자들이라 생각하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어느 고을에 부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에겐 청지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청지기는 재산 관리인을 뜻합니다. 돈 .. 2025. 9. 21.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없이 흐느낌으로(출 32:7-14), 창조절 둘째 주일 텅 빈 사람들(The Hollow Men)오늘 말씀의 제목이 좀 길지요. 영문학이나 영시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없이 흐느낌으로'는 T. S. 엘리엇의 시 The Hollow Men, 번역하면 '텅 빈 사람들'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고 이 행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이 시는 대단히 우울하고 어둡습니다. 첫 연만 좀 소개해 볼게요. 이렇게 시작합니다. We are the hollow men We are the stuffed men Leaning togetherHeadpiece filled with straw. Alas!Our dried voices, when We whisper together Are quiet and meaninglessAs wind in dr.. 2025. 9. 15. 경계선 앞에서(신 30:15-20), 창조절 1주 늙은 선지자와 젊은 백성들늙은 모세가 모압 평지 위에 섰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가 백스무 살이니 걷기는 물론 서 있기조차 힘든 그였지만, 노인은 자기 앞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반드시 전해야 할 당부가 있었습니다. 늙은 모세가 천천히 입을 열자, 운집한 백성들이 귀를 열었습니다. 모세는 모압 평지에서 전하는 그의 가르침이 자기 생애에서의 마지막 사역임을 직감했습니다. 그의 나이가 백스무 살의 고령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금 약속의 땅 목전에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약속의 땅 앞에 있다는 것이 어째서 모세 생의 마지막을 의미할까요?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약속 받은 땅으로 건너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미 그것도 여러차례 단호하게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2025. 9. 7. 이전 1 2 3 4 5 6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