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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56

침묵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욥 19:24-27a) 아픔을 말한다는 것의 버거움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계절이 되면 으레 한 번씩 몸살감기에 걸리곤 하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이틀 정도는 참았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내과를 찾았습니다. 대기실에 있다가 차례가 되어 의사 앞으로 불려 가 앉았습니다. 의사가 묻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느냐고. 이때 저에게는 언제나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분명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데, 그 아픔의 감각은 분명한 현실이고 실존인데, 이상하게도 의사 앞에만 서면 그 아픈 것들을 온전한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두통이 있느냐는 말에, 머리가 아프긴 한데 아주 많이 아픈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낮에는 괜찮은데 저녁이 되면 또다시 아픈 것 같기도 하고요. 몸이 어떻게 아프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더욱.. 2025. 11. 9.
내가 죄인이라는 고백에 관하여(렘 14:7-10, 19-22), 종교개혁주일 가뭄의 책임지난여름 강원도 강릉시는 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겪었습니다. 보도로는 강원 일대의 강수량이 연평균 661mm인데 올해에는 무려 189mm, 평년 대비 28% 수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으니 강릉 지역 저수율은 100%를 기준으로 15%까지 떨어져 버렸습니다. 물 부족이 극단에 다다르자, 농업과 공업용수는 일찌감치 제한되거나 중단되었고, 급기야 생활용수까지 제한 급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이 당연한 이치가 아님을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물을 온전히 쓸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기상 관측 이래 108년 만의 기록적 가뭄의 이유와 원인을 찾기 위해.. 2025. 10. 26.
얼굴없는 어느 남자의 생애(창 32:12-31), 창조절 일곱째 주일 에서와 야곱이삭의 아들이자 아브라함의 손자가 되는 야곱과 에서는 쌍둥이 형제였지만,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형 에서가 동생 야곱을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형의 칼을 피해 잠시만 몸을 피하면 될 줄 알았건만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버렸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것이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성서일과 구약 말씀은 두 형제의 20년 만의 재회 직전 장면입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쌍둥이 형제 야곱과 에서의 뒤엉킨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곱과 에서는 한 어머니에서 태어났지만 외양이며 성격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형제였습니다. 형 에서는 살결이 붉고 털투성이로 태어납니다. 활동적이고 정력적인 인물임을 시사합.. 2025. 10. 19.
작은 자의 긍휼(왕하 5:1-3, 7-15c), 창조절 여섯째 주일 나아만 이야기시리아에는 나아만이라는 걸출한 군사령관이 있었습니다. 열왕기 말씀은 나아만을 가리켜 왕이 아끼는 인물 그리고 세간에 존경받던 자라고 묘사합니다. 그의 용모 역시 대단하여 말씀은 그를 가리켜 "강한 용사"라고 말합니다. 장군다운 풍모를 지녔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불행히도 모든 것을 갖춘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이 사람에게 나병, 오늘날에는 한센병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지금이야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지만, 고대 세계에서 한센병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치료가 불가능했고 완전 격리 외에는 병의 전파를 다스릴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나아만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합니다. 한센병 앞에 그의 강한 용사다운 풍채도, 높은 권력도, 왕의 특별한 사.. 2025.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