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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41

밥벌이 예언자(암 7:7-17), 성령강림 후 다섯째 주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어…제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사진을 보고 눈길이 오래 머문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자주 가던 한 음식점 문 앞에 붙은 작은 쪽지였는데,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준비한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일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_ 주인백"사연은 이러했습니다.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사장님이 더 넓은 자리로 새로운 가게를 차렸고, 자리를 잡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다가 결국 몸에 탈이 났다고. 그래서 이날을 시작으로 며칠을 앓아누우셨다는 짤막한 후일담이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이 짧은 한 문장이 우리 시대 자영업자들 그리고 노동자들의 애환이 깊게 담긴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준비한 재료가 아니라 겨우 붙들고 있었던 나의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더는 일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2025. 7. 14.
나의 폐허에서(사 66:10-14) 옛 노래가 입가에 머물 때요즘은 복음성가나 CCM과 같은 찬양곡들을 그다지 즐겨듣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전에 알고 있던 노래가 입가에 머물 때가 있습니다. 가사도 온전하게 생각나지 않고, 곡의 제목도 가물가물하지만 한 두 마디의 음조나, 짧은 가사 한 대목이 반복되고 그렇게 며칠을 흥얼흥얼하는 경우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일 있으시지요. 지난주 제가 그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오고 다시 집으로 가는 중에 아주 오래 전 들었던 노래의 한 부분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렇게 일주일 내내 그야말로 흥얼흥얼했습니다. 제 입에 머물며 한동안 자리를 잡고서 떠나지 않았던 노래의 가사는 "내가 쓰러진 그곳에서 주는 나를 강하게 하리, 나는 다시 일어나겠네 주는 결코 나를 포기.. 2025. 7. 7.
멍에를 불살라서(누가복음 9:51~62), 성령강림 후 3주 '감히?'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누가복음 본문은 "예수께서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여정의 방향을 잡기로 마음먹으신 연유가 당신께서 하늘로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주님께서 죽을 날이 다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예루살렘 여정은 곧 그의 죽음의 길, 고난의 길인 셈이지요. 그러나 주님은 이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남 없이 걸어가십니다. 주님은 먼저 사람들을 보내어 당신과 제자들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여러 사람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도록 지시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무리가 작지 않으니 아마도 이런 심부름을 보내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예루살.. 2025. 6. 29.
의미라는 은총(눅 8:26-39)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만났을 때저는 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한강 잠수교 터널로 들어와서 녹사평 언덕을 넘은 후 전쟁기념관 앞, 요즘에는 용산 대통령실이라 부르는 그 길을 돌아 교회로 옵니다. 그 길 한 모퉁이에는 할머니 한 분이 거의 매일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한눈에 보아도 남루하고 왜소한 할머니는 당신 몸만 한 피켓을 들고 작은 확성기를 손에 쥐고 매일 무언가를 외칩니다. 제가 그 길을 지나는 날에 단 한 번도 이분을 뵙지 못한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소리치고 계신 것이지요. 그 할머니가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매일 그 소리를 들었음에도 말입니다. 어느 날은 신호가 걸려 그 할머니 앞에 선 적이 있었습니다. 피켓에 쓰여있는 글.. 2025.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