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53 재난의 징조(눅 21:5-19) 하나님 없는 하나님의 성전누가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사역은 성전 안에서 이뤄집니다. 주님은 성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셨습니다. 성전에서의 첫 장면을 기억하시지요. 주님은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내쫓으시며, 너희들이 내 아버지의 집이며 만일을 위해 기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하나님의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꾸짖습니다. 이 사건은 평온했던 성전의 일상을 뒤흔들었고, 무엇보다 성전에서 경제적 이득과 정치적 혜택을 누리던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이후로도 주님은 성전에 머무시며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여러 차례 논쟁하시고 그들의 위선을 폭로하셨습니다. 특히, 가진 재산이라곤 렙돈 두 닢이 다였던 가난한 과부가 그 돈 전부를 성전 헌금함에 넣는 것을 보.. 2025. 11. 19. 침묵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욥 19:24-27a) 아픔을 말한다는 것의 버거움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계절이 되면 으레 한 번씩 몸살감기에 걸리곤 하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이틀 정도는 참았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내과를 찾았습니다. 대기실에 있다가 차례가 되어 의사 앞으로 불려 가 앉았습니다. 의사가 묻습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느냐고. 이때 저에게는 언제나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분명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데, 그 아픔의 감각은 분명한 현실이고 실존인데, 이상하게도 의사 앞에만 서면 그 아픈 것들을 온전한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두통이 있느냐는 말에, 머리가 아프긴 한데 아주 많이 아픈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낮에는 괜찮은데 저녁이 되면 또다시 아픈 것 같기도 하고요. 몸이 어떻게 아프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더욱.. 2025. 11. 9. 내가 죄인이라는 고백에 관하여(렘 14:7-10, 19-22), 종교개혁주일 가뭄의 책임지난여름 강원도 강릉시는 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겪었습니다. 보도로는 강원 일대의 강수량이 연평균 661mm인데 올해에는 무려 189mm, 평년 대비 28% 수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으니 강릉 지역 저수율은 100%를 기준으로 15%까지 떨어져 버렸습니다. 물 부족이 극단에 다다르자, 농업과 공업용수는 일찌감치 제한되거나 중단되었고, 급기야 생활용수까지 제한 급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이 당연한 이치가 아님을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물을 온전히 쓸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기상 관측 이래 108년 만의 기록적 가뭄의 이유와 원인을 찾기 위해.. 2025. 10. 26. 얼굴없는 어느 남자의 생애(창 32:12-31), 창조절 일곱째 주일 에서와 야곱이삭의 아들이자 아브라함의 손자가 되는 야곱과 에서는 쌍둥이 형제였지만,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형 에서가 동생 야곱을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형의 칼을 피해 잠시만 몸을 피하면 될 줄 알았건만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버렸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것이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성서일과 구약 말씀은 두 형제의 20년 만의 재회 직전 장면입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쌍둥이 형제 야곱과 에서의 뒤엉킨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곱과 에서는 한 어머니에서 태어났지만 외양이며 성격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형제였습니다. 형 에서는 살결이 붉고 털투성이로 태어납니다. 활동적이고 정력적인 인물임을 시사합.. 2025. 10. 19. 이전 1 2 3 4 5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