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9 은총은 아래에서부터(막 9:30-37) 창조절 4주 어느 저녁 카페 앞에서며칠 전 해가 지고 저녁 바람이 그나마 선선하게 불었던 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난 후에 지원이에게 문득 말했습니다. "지원아, 우리 빠방 타고 저어기 가볼까?" 지원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두 손을 높이 들고 "와! 신난다!"하고 답했습니다. 요즘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는데, 마음에 드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신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요즘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야외 활동이 드물었기에 이런 깜짝 외출에 정말 신이 났던 모양입니다. 아내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우리 집 뒤편 북악산길의 자하문 터널을 지나 효자동 삼거리 인근에 차를 대고 걸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효자동은 청와대를 맞대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역할이 달라져서인지 주변이 조용했습니다. 아이.. 2024. 9. 24.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막 7:24-37) 창조절 2주 성령강림 후 16번째 주일을 맞은 오늘 성서일과의 복음서 말씀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이야기와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두 이야기를 한 번에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두 이야기 사이에 연관성이 그다지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서일과의 말씀 순서는 이 두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시로페니키아 여인 이야기와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길동무 삼아 주님의 뜻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시로페니키아 여인 예수께서 두로라는 지역으로 가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두로 지방에 오신 것을 아무도 모르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러한 지시를 내리신 이유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두로에 .. 2024. 9. 8.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요 6:56-69), 성령강림 후 14주 생명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지난 몇 주간 우리는 빵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부터 출발했지요. 배고프고 삶에 지친 고단한 사람들이 빈손으로 예수께 모여들었습니다.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었고 하나님이 보잘것없는 자기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계심을 주님의 말씀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주님도 그들의 허기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한 어린아이의 도시락에 담겨있던 빵 몇 덩이와 물고기 몇 마리로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이신 바로 그 사건에서부터 이야기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 놀라운 사건 소식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와 같이 갈릴리 전역에 퍼져나가 사람들의 마음 밭.. 2024. 8. 25. 수군거림(요 6:41-48), 성령강림 후 12주 출신을 들먹이는 사람들예수께서 자기 앞에 모인 많은 무리의 사람들에게 빵보다 생명을 택할 것을, 그리고 그 생명이 바로 자신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사람들에게 던지셨을 때, 주님의 마음은 떨렸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나를 대하여 빵이나 달라고 소리치면 어찌할까, 생명을 선택하라 한가한 말을 할 참이면 왜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느냐고 괴로워하면 어찌할지 주님은 걱정하셨을 것입니다. 생명을 약속하신 주님께 되레 화를 내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만, 이집트에서 탈출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로의 군대에 추격당할 때, 광야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을 때, 이들은 지도자 모세를 탓하며 왜 우리를 이곳으로 끌고 나와 죽게 했냐고 푸념했습니다. 주께서 이 역사를 모르실 리 없었습니다.그러나 요한은 3.. 2024. 8. 1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