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23 넘어서라 부르는 소리(눅 3:7-18), 대림절 3주 세례세례는 헬라 말로 밥티즈마(βάπτισμα)라고 하는데, 물에 잠기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그리스도인 되기를 원할 때, 교회는 그의 머리에 물을 부어서 혹은 몸 전체를 물속에 잠기게 했다가 나오게 하는 행위를 의례로 삼아 그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초기 교회 공동체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세례를 교회의 중요한 의례로 받아들였습니다. 공관복음서 전체가 주님의 세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기 교회가 얼마나 세례를 진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복음서마다 묘사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 복음서 모두 주님께서 요단강으로 나오시어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으로 주님의 공생애를 시작합니다. 세례는 주님 사역의 시작이자 복음의 출발입니다. 주님이 세례 받으시는 장면 안에서 초기 교회가.. 2024. 12. 15. 두려움의 밤(눅 21:25-36), 대림절 1주 흔들리는 터전12월이 되었습니다. 큰 눈이 왔고, 날이 매섭게 추워졌습니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올해는 그래도 할만했어.'라고, 말하는 이를 저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자조적 고백은 분명 빈말은 아닙니다.우리는 어느 시기와 비교해 보아도 뒤지지 않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전쟁 소식을 많이 접했습니다. 종전의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기후는 또 어떠한지요. 우리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여름이 더운 일이나 자연의 이치지만, 이번 여름은 기상학자들조차 이례적이라 평할 정도로 심각한 뜨거움이었습니다. 가을은 종적을 감추었고 하룻밤.. 2024. 12. 1. 성전을 마주보며, (막 13:1-8), 창조절 12주 아이들로부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느 한 주 쉽지 않은 날이 있겠느냐마는 우리는 이따금 평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이따금 찾아오는 무기력이나 방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점에 들렀다가 제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연세대학교의 김학철 교수님의 신간을 발견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머리말 첫 문장이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마주해야 했다" 였습니다. 우리는 나이와 상황에 상관없이 불쑥 방문하는 허무와 고통을 대면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데, 지난 며칠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서로 부딪쳐 파편이 되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쏟아져 나올 때면 마음 여기저기에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까닭도 없.. 2024. 11. 17. 용기 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마가복음 10:46-52), 창조절 9주, 종교개혁주일 환대에 대하여*우리가 사는 세상은 받아들이고 감싸안기보다는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으로 내치는 데 익숙합니다. 비단 한국 사회의 현상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문제지요. 이민자에 대해서, 난민에 대해서, 나와 입장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을 거절하고 울타리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모든 정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낯선 타자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에 기인합니다. 저 낯선 사람이 나의 평온한 삶에 균열을 가하지 않을까,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 나의 명성이나 명예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그렇기에 의로운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낯선 타자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대란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덕목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환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환대가 .. 2024. 10. 27.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