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서 시선을 돌려야 할 때: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어떤 죽음은 설명될 수 없습니다. 아니, 설명할 수 있는 죽음은 거의 없습니다. 고령의 노인이 숙환으로 별세한다고 그의 죽음을 반듯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 지금인가, 어째서 오늘일까, 조금 더 계실 수는 없었나 하는 부질없는 물음이 뒤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참사라는 이름의 죽음들은 더더욱 설명될 수 없고 설명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4월 그날, 아이들은 왜 그 배에 올랐고, 배를 띄운 바다는 어째서 그 배를 삼켰는지, 아이들은 왜 부모 품으로 돌아올 수 없었는지, 우리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평소와 같이 아침을 먹고 신발 끈을 묶고 현관문을 열고 일터로 나간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 어째서 같은 날 저녁, 아침에 열고 나간 문을 다시 열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들이 어째서 죽음으..
2025. 5. 14.
인간성에 대하여, <아우슈비츠의 자매>
동료를 만난 미움인간을 향한 미움은 애초에 힘이 그렇게 세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미움을 늘상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때로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나의 뜻에 반할 때, 내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거나 그런 모습을 드러낼 때 이따금 미움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양심과 정신은 기본적으로, 미움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미움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몸과 마음과 정신에 이롭지 않음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 미움을 유지하며 키워가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죠.미워하는 마음은 왜 태어날까요? 이유는 각가지입니다. 외모가, 행동이, 말투가, 사상이, 정치적 입장이, 배경이, 학벌이, 출신이,..
2024.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