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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2

신에게서 시선을 돌려야 할 때: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어떤 죽음은 설명될 수 없습니다. 아니, 설명할 수 있는 죽음은 거의 없습니다. 고령의 노인이 숙환으로 별세한다고 그의 죽음을 반듯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 지금인가, 어째서 오늘일까, 조금 더 계실 수는 없었나 하는 부질없는 물음이 뒤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참사라는 이름의 죽음들은 더더욱 설명될 수 없고 설명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4월 그날, 아이들은 왜 그 배에 올랐고, 배를 띄운 바다는 어째서 그 배를 삼켰는지, 아이들은 왜 부모 품으로 돌아올 수 없었는지, 우리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평소와 같이 아침을 먹고 신발 끈을 묶고 현관문을 열고 일터로 나간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 어째서 같은 날 저녁, 아침에 열고 나간 문을 다시 열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들이 어째서 죽음으.. 2025. 5. 14.
기억의 공간은 어디인가? <내가 알던 사람: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 2024.우리 몸에 영혼의 자리가 있다면 아마도 그곳은 '기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억은 생의 경험과 감각을 저장하고, 슬픔과 기쁨의 흔적들이 오롯이 축적해 지금 우리에게 삶의 의미라는 메아리를 울립니다. 영혼의 자리가 기억이라면 우리는 기억을 통해야만 온전한 나를 구성하고 너를 이해하고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기억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타자와 인격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사람을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제일 표지라면, 기억은 더욱더 중대한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타자의 얼굴과 몸짓을 새겨놓고, 그 타자와 대면할 때 그것들을 다시 꺼내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낯선 타자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에 관하.. 2025.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