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53 당신은 누구십니까?(마 11:2-11) 내가 누구인지 아는 때대림절 세 번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기다림의 초가 더욱 밝아졌습니다. 빛이 빛을 더해 온기와 밝기가 더해짐에 따라 진정한 빛이신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망도 더욱 든든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주에 걸쳐 주님을 기다린 이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인 세례 요한을 살피고 있습니다. 요한은 누구입니까? 요한은 빛이 세상에 왔음에도 여전히 어둠이 가득한 그 무렵에 광야 위에 우뚝 선 사람입니다. 요한은 옛 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이자 새 시대의 문을 여는 예언자였습니다. 그의 한 손은 어둠과 심판이라는 과거를 움켜쥐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소망과 구원을 기다리는 미래를 움켜쥐고 그 사이에서 가교가 된 사람입니다. 요한은 어둠에 잠식당하여 세상 구석으로 도피하지 않고, 대책 없는 낙관에 사로.. 2025. 12. 14. 그 무렵에 광야에서(마 3:1-12) 머리 둘 곳 없는 그리스도요셉과 마리아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기뻐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손님인 동방의 박사들이 찾아와 진귀한 보물을 주고 축복의 말을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작고 가난한 가족이었으나,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이제 막 육신의 옷을 입은 아기 예수님 주변에는 따듯한 온기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가족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은 차갑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두 부부가 가장 먼저 들어야 했던 계시는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일어나서,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는 간담을 서늘케하는 천사의 메시지였습니다(마 2:13). 헤롯이라는 유대 최고 권력자로부터의 살해 위협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몸도 풀리지 않은 아내와 제 목도 가누지 못하.. 2025. 12. 7. 고요를 간직한 사람(마 24:36-44) 편견과 확신국내 논픽션 번역가 가운데 '김명남' 번역가가 계십니다. 주로 과학 분야 서적을 번역하시는데, 출판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번역가로 손꼽는 분입니다. 저도 몇 권 갖고 있는데요.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인데, 번역가가 김명남이면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지난주에 번역가 김명남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어서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김명남 번역가가 당연히 남성인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면에 나오신 번역가는 여성이었습니다. 제 착각의 변을 하자면, 그의 이름이 김명남, 누가 들어도 남성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솔직한 말씀을 드리자면, 과학이라는 분야, 논픽션이라는 특징, 탁월성을 인정받은 업계 제일이라는 평가가 저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를 남.. 2025. 11. 30. 지극히 낮으신(눅 23:33-43) 두 청년의 집며칠 전 20대 초반 어느 아이돌 가수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주택을 매수했는데, 그 가격이 137억이고 이를 모두 현찰로 매입했다는 기사가 포털을 가득 메웠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그 집이 어디에 있으며, 같은 단지에 유명 연예인 아무개가 살고 있다든지, 또는 최근 수년 동안 집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등 다양한 후속기사가 쏟아졌습니다.비슷한 시기에 제 지인께서 운영하고 있는 한 독립 출판사에서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모아 기록한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인터뷰이들은 20에서 30대 청년들과 이제 막 가족을 이루는 젊은 부부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들 모두는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 참 얄궂게 잘 지었지요. 인터뷰이 가운데 92년생 박혜빈 .. 2025. 11. 23.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