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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 말씀 나눔50

미지(未知)와 미답(未踏) (행 16:9-15) 베드로에서 바울로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저는 모처럼 휴가를 내어 아내와 아이와 함께 강원도 인제의 한 자연휴양림을 찾아 쉬었습니다. 산중의 고요가 참 좋았습니다. 도시의 소음은 사라졌고, 산이 만들어내는 소리-나뭇가지를 지나가는 바람소리, 작은 새들의 지저귐, 냇가의 물소리만 가득했습니다. 그때 제가 든 생각이 '아, 이곳에 우리 청년들이랑 함께 와서 기도하면 좋겠다'였습니다. 이곳에서 묵상하며 산책한다면 우리의 신앙이 한 뼘 정도 자라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제가 청파교회 청년부의 담당 목회자이자 여러분의 신앙 동료로서 누군가 제게 청파교회 청년 목회의 철학 혹은 목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여러분의 믿음과 신앙의 '성숙'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신앙이 아름답게 자.. 2025. 5. 25.
룻다, 욥바, 가이사랴를 지나 예루살렘에서(행 11:1~18) 우울한 출발사도 베드로가 룻다, 욥바, 가이사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본 교회인 예루살렘 교회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오늘 사도행전 말씀이 시작됩니다. 잠시 베드로의 여정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베드로가 룻다로 가기 전 말씀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사도행전 9장 32절입니다. 9:32 베드로는 사방을 두루 다니다가, 룻다에 내려가서, 거기에 사는 성도들도 방문하였다.사방을 두루 다녔다는 표현은 그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딱히 갈 곳이 없어 이곳저곳을 목적 없이 돌아다녔음에 더 가깝습니다. 이상하지요. 초대 교회의 지도자이자 사도 가운데 대표인 그가 갈 곳이 없어 여기저기 사방으로 다녔다니 말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 2025. 5. 18.
다비다라는 여제자(행 9:36-43), 부활절 넷째 주 공동체의 덕목공동체의 건강함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있다면, 그 공동체 안에서 가장 약한 사람, 가장 어린 사람, 가장 바깥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가장 느리게 오는 사람을 넉넉히 기다릴 줄 안다면 그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입니다. 보폭을 맞출 수 없으면 따로 오든가 아예 오지 말라고 한다면 효율적인 공동체일 수는 있으나 건강한 공동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한 사회, 나아가 국가의 건강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 배제된 사람들, 바깥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 사회와 국가의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국방력, 경제력, 무역수지, 종합주가지수 따위를 건강함의 척도로 여기지만, 믿음의 공동체는 그와 달라야 합니다. 뒤처진 사람을 기다릴 줄 알.. 2025. 5. 11.
기쁨이 지니간 자리(요 21:1-9), 부활절 셋째 주 끝나지 않은 이야기장편 소설의 마지막 장을 에필로그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전체 서사가 마무리된 후 마지막 시퀀스를 통해 에필로그의 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종결을 의미하는 에필로그에는 의외로 중요한 메시지가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의 의도나 메시지, 작중 인물들의 후일담, 혹은 다음 작품과의 연관성 등이 에필로그에 담깁니다.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복음서, 요한복음 21장이 정확히 에필로그에 해당합니다. 요한복음의 모든 서사는 20장에서 사실상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두 주간 이 이야기를 살폈지요. 주님이 부활하셨고,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주님의 부활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애통한 마음으로 울고 있던 막달라 사람 마리아가 빈 무덤에서 주님을 만났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2025.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