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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 말씀 나눔76

깊은 물 속에서(시 130) 발 끝이 땅에 닿지 않는 경험대학 시절 어느 여름 방학으로 기억합니다. 신학교 동료들과 강원도 미자립 교회 여름성경학교 봉사를 마치고 근처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저는 수영을 전혀 못 하지만, 여럿이 어울려 물놀이하는 분위기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첨벙거리며 물에 뛰어들고 파도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하던 중, 불현듯 홀로 해변에서 멀리 떨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제 엄지발가락 끝에 지면이 닿지 않던 그 찰나의 감각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물속에서 내 발밑에 아무것도 없음을 느낀 바로 그 지점부터 극심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물에 삼켜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곁에 있던 튜브를 잡고 겨우 백사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벌써 25년도 더 된.. 2026. 3. 22.
한낮의 슬픔(요 4:5-29) 여성의 날1857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가혹한 탄압이었습니다. 그리고 50여년 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거스 광장에 1만 5,000여 명의 여인들이 모였습니다. 50년 전 그날을 기억하기 위함이었지요.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의류 공장 등에서 12시간 이상 노동했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광장으로 뛰어나가 우리에게 빵, 곧 생존을 그리고 장미 곧 존엄과 참정권을 달라 말했습니다. 3년 뒤 공장 안에 불이 났고, 공장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둔 탓에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거대한 시작이 됩니다. 사순절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2026. 3. 9.
밤의 순례길(요 3:1-17) 눈을 들어 산을 보니인간은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앞을 보고 걷는다는 것은 곧 시선이 닿는 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일입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하나님이 우리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간절한 부르짖음에도 침묵하시는 듯하고, 때로는 깊이 숨어버리신 것만 같아 우리의 시선은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하나님이 우리의 시선에 잡히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함께 교독한 시편의 시인이 가르쳐줍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는 것입니다(시 121:1). 그런데 조금 비뚜름한 생각이 올라옵니다. '산을 보면 하나님이 보이나?' '켜켜이 쌓인 저 산 앞에 서면 오히려 더 암담해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시인은 더 .. 2026. 3. 1.
밤낮 사십 일을 금식하시니(마 4:1-11) 사십 일을 시작하며사순절 첫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사순절은 보통 부활 주일 직전의 고난 주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보내는 고난 주간의 풍경을 한 번 떠올려 보십시오. 예루살렘 입성에서 시작해 성전 정화, 가룟 유다의 배신, 주님의 불의한 재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세족식, 그리고 고난 주간의 절정인 십자가 수난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성금요일의 짙은 어둠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부활이라는 눈부신 광명을 만납니다.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의 여정 전체'라는 점입니다. 주님의 부활은 40일의 순례를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열리는 마지막 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 40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 2026.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