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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 말씀 나눔16

내 오른쪽과 내 왼쪽(막 10:35-45), 창조절 8주 제자들의 처음을 기록한 이유예수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고 따르는 제자들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주님을 바로 곁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으니 참으로 복이다 싶다가도, 주님과 동행하는 일이 마냥 편치 않고 풍찬노숙하기를 밥 먹듯 하며, 세상의 환호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주 세상의 멸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자로서 사는 삶이 고되었겠다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되리라 짐작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제자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연습한 적이 없습니다. 제자 학교에 입학해서 제자 수업을 받았다거나, 제자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생활인이었습니다. 어부에서 세리에 이르기까지 직종도 .. 2024. 10. 20.
잿빛 하늘(막 10:17-27), 창조절 7주 타고난 재능이 흘러야 할 방향일본의 만화 작가 고토케 코요하루는 여러 단편과 장편을 그렸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절치부심하여 2016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0년에 종료한 그의 작품, 는 다행히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우리말 번역은 입니다. 그 작품의 한 에피소드 가운데 '렌고쿠 교쥬로'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작중에서 그는 주인공과 함께 선한 편에 서 있었고, 강력한 힘을 갖고 태어났으며 의협심이 크고 정의로우며 무엇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교쥬로는 그러나 매우 강력한 악당과 대결 중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패색이 짙었던 그를 깨운 것은 렌고쿠의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 2024. 10. 13.
이유없음(막10:2-16), 창조절 6주 사과하기, 사과받기한 가지 질문을 여러분께 던지며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사과라는 것은 하기가 어려울까요, 받기가 어려울까요? 우리는 언뜻 사과를 받는 일이 사과하는 것에 비해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과를 받는 행위는 사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사과를 받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용서한다는 뜻이지요. 용서에는 대단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서는 신뢰를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미워할 이유를 찾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용서하고 신뢰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이 그것을 어렵게 여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시대 세태를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것들 가운데 하나가 용서의 마음 같습니다. 아니 용서하기를 거부하고자 악다구니하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 2024. 10. 7.
은총은 아래에서부터(막 9:30-37) 창조절 4주 어느 저녁 카페 앞에서며칠 전 해가 지고 저녁 바람이 그나마 선선하게 불었던 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난 후에 지원이에게 문득 말했습니다. "지원아, 우리 빠방 타고 저어기 가볼까?" 지원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두 손을 높이 들고 "와! 신난다!"하고 답했습니다. 요즘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는데, 마음에 드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신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요즘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야외 활동이 드물었기에 이런 깜짝 외출에 정말 신이 났던 모양입니다. 아내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우리 집 뒤편 북악산길의 자하문 터널을 지나 효자동 삼거리 인근에 차를 대고 걸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효자동은 청와대를 맞대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역할이 달라져서인지 주변이 조용했습니다. 아이.. 2024.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