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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 말씀 나눔66

거룩한 무죄자들(Holy Innocents)(마 2:12-23) 성탄 후 첫 날성탄절을 기념하는 온갖 장식은 신기한 데가 있어서, 25일을 기점으로 하루만 지나도 그 있음이 어색해지기 시작합니다. 거리마다 흘러나오던 성탄 캐럴은 중단되어 더는 들리지 않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명랑해지던 멋진 트리와 형형색색 장식물들은 이제 철거 일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불과 하루만에 존재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 주던 것들이 이제는 서둘러 처분하고 싶어지는 어색한 장식품이라는 운명이 되어버립니다. 현대인들에게 성탄은 도래와 동시에 망각으로 돌입하는 찰나의 기쁨인 듯 합니다. 가혹한 평가인가 싶지만, 마태복음서가 이야기하는 성탄 그다음 날이 그러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태복음서 2장 13절의 첫 마디가 이렇게 시작하지요. "박사들이 돌아간 뒤에" 동방의 박사들은 하늘에 .. 2025. 12. 28.
당신은 누구십니까?(마 11:2-11) 내가 누구인지 아는 때대림절 세 번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기다림의 초가 더욱 밝아졌습니다. 빛이 빛을 더해 온기와 밝기가 더해짐에 따라 진정한 빛이신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망도 더욱 든든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주에 걸쳐 주님을 기다린 이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인 세례 요한을 살피고 있습니다. 요한은 누구입니까? 요한은 빛이 세상에 왔음에도 여전히 어둠이 가득한 그 무렵에 광야 위에 우뚝 선 사람입니다. 요한은 옛 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이자 새 시대의 문을 여는 예언자였습니다. 그의 한 손은 어둠과 심판이라는 과거를 움켜쥐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소망과 구원을 기다리는 미래를 움켜쥐고 그 사이에서 가교가 된 사람입니다. 요한은 어둠에 잠식당하여 세상 구석으로 도피하지 않고, 대책 없는 낙관에 사로.. 2025. 12. 14.
그 무렵에 광야에서(마 3:1-12) 머리 둘 곳 없는 그리스도요셉과 마리아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기뻐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손님인 동방의 박사들이 찾아와 진귀한 보물을 주고 축복의 말을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작고 가난한 가족이었으나,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이제 막 육신의 옷을 입은 아기 예수님 주변에는 따듯한 온기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가족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은 차갑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두 부부가 가장 먼저 들어야 했던 계시는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일어나서,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는 간담을 서늘케하는 천사의 메시지였습니다(마 2:13). 헤롯이라는 유대 최고 권력자로부터의 살해 위협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몸도 풀리지 않은 아내와 제 목도 가누지 못하.. 2025. 12. 7.
고요를 간직한 사람(마 24:36-44) 편견과 확신국내 논픽션 번역가 가운데 '김명남' 번역가가 계십니다. 주로 과학 분야 서적을 번역하시는데, 출판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번역가로 손꼽는 분입니다. 저도 몇 권 갖고 있는데요.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인데, 번역가가 김명남이면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지난주에 번역가 김명남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어서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김명남 번역가가 당연히 남성인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면에 나오신 번역가는 여성이었습니다. 제 착각의 변을 하자면, 그의 이름이 김명남, 누가 들어도 남성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솔직한 말씀을 드리자면, 과학이라는 분야, 논픽션이라는 특징, 탁월성을 인정받은 업계 제일이라는 평가가 저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를 남.. 2025.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