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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 말씀 나눔83

260531 삼위(三位)의 풍경(창 1:1-2:4a, 시 8, 고후 13:11-13, 마 28:16-20) 선거철이라는 살풍경선거철이 되니 확신과 장담의 언어가 도처에 가득합니다. 거리에는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가 박힌 현수막이 빼곡하게 내걸렸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독특한 홍보 방식이지요, 특수 제작된 ‘선거 유세 차량’에서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가사로 개사된 유행가 선거송이 끊임없이 두 귀를 강타합니다. 선거 현수막 문장들만 따로 모아도, 현시점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현상학 논문 한 편이 거뜬히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이 기간에 쏟아지는 기묘한 말들의 향연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요. 다만, 선거가 만들어내는 이 살풍경에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경쟁자를 향한 힐난과 비난, 그리고 조롱이 섞인 말의 폭격을 우리가 거의 반강제로 견뎌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2026. 5. 31.
260524 말의 사막에 길을 내는 자 (요 7:37-39) 사막으로 만드는 말이번 한 주간, 우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어느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의 소식에 온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제46주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나온,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그 광고 카피 문구' 때문입니다. 어떤 말이었는지 이 자리에서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희화화하고 당시 무자비한 폭력 앞에 쓰러져간 이들을 조롱하는 문구였습니다. 게다가 87년 6월 민주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 하는 단어까지 동원하여 열사의 죽음을 희롱하는 듯한 카피마저 사용되었습니다. 저 역시 일상에서 자주 방문하던 곳이었기에, 그 참담함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이 카페 뿐만 .. 2026. 5. 24.
260517 주님의 기도 (요 17:1-11) 주님의 마지막 기도지난 두 주간, 우리는 주님과 제자들이 마주한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의 말씀들을 나누었습니다. 주님은 여기에서 자신이 곧 너희들을 떠날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잠시간 나를 볼 수 없을테지만 두려워 말라, 길과 진리와 생명을 따르면 결국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며, 또한 나의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너희가 서로 사랑할 때 비로소 이 어두운 세상이 주님을 알아보게 되리라는 당부도 남기셨습니다.유월절 하루 전, 그러니까 십자가의 고난을 직전에 둔 그 저녁 식탁에서 주님이 쏟아내신 많은 말씀은 결국 하나의 사실로 수렴됩니다. 이제 내가 너희와 더는 동행할 수 없다는 것, 곧 당신의 '부재'의 선포였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 당시 제자들.. 2026. 5. 21.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안다 (요 14:15-21) 뒤틀린 세상우리는 지금 교회력으로 부활 절기의 후반부를 지나고 있습니다. 교회 전통은 부활절 마지막 몇 주간을, 역설적이게도 '주님의 부재(不在)'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과 당부를 남기신 채 하늘로 오르시어, 그 육신이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활 절기가 끝나면, 인간의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주님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어떤 분들은 교회에 주님이 계시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비신앙적이라 여길지도 모릅니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입니다. 주님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며 영원토록 함께하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몸이 하늘로 오르신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며, 다시 오실 그날까지 우리는 주님을 기.. 2026.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