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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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을 마주보며, (막 13:1-8), 창조절 12주
아이들로부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느 한 주 쉽지 않은 날이 있겠느냐마는 우리는 이따금 평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이따금 찾아오는 무기력이나 방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점에 들렀다가 제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연세대학교의 김학철 교수님의 신간을 발견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머리말 첫 문장이 "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마주해야 했다" 였습니다. 우리는 나이와 상황에 상관없이 불쑥 방문하는 허무와 고통을 대면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데, 지난 며칠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서로 부딪쳐 파편이 되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쏟아져 나올 때면 마음 여기저기에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까닭도 없..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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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보다 큰 사람(막 12:38-44), 창조절 11주
권력자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어느시대나 권력은 탄생하고 몰락하기를 반복합니다.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면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권력의 형태가 어떠하든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우리 내면의 가치로 세워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면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의 환호가 세상을 뒤덮습니다. 막강한 권력자의 등장은 그 권력자 주변 사람들 들끓게 했습니다.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자기에게 찾아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그 권력과 자기와의 관계를 드러내기에 혈안이 됩니다. 권력의 탄생을 뒷바라지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자기의 노력을 최대한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그 결실 누리기를 원합니다. 눈치를 살피며 저울질하던 사람들은 비로소 줄을 서기 시작하고 자기 이익 계산을 시작..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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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마가복음 10:46-52), 창조절 9주, 종교개혁주일
환대에 대하여*우리가 사는 세상은 받아들이고 감싸안기보다는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으로 내치는 데 익숙합니다. 비단 한국 사회의 현상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문제지요. 이민자에 대해서, 난민에 대해서, 나와 입장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을 거절하고 울타리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모든 정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낯선 타자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에 기인합니다. 저 낯선 사람이 나의 평온한 삶에 균열을 가하지 않을까,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 나의 명성이나 명예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그렇기에 의로운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낯선 타자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대란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덕목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환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환대가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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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른쪽과 내 왼쪽(막 10:35-45), 창조절 8주
제자들의 처음을 기록한 이유예수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고 따르는 제자들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주님을 바로 곁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으니 참으로 복이다 싶다가도, 주님과 동행하는 일이 마냥 편치 않고 풍찬노숙하기를 밥 먹듯 하며, 세상의 환호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주 세상의 멸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자로서 사는 삶이 고되었겠다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되리라 짐작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제자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연습한 적이 없습니다. 제자 학교에 입학해서 제자 수업을 받았다거나, 제자가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생활인이었습니다. 어부에서 세리에 이르기까지 직종도 ..
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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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막 10:17-27), 창조절 7주
타고난 재능이 흘러야 할 방향일본의 만화 작가 고토케 코요하루는 여러 단편과 장편을 그렸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절치부심하여 2016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0년에 종료한 그의 작품, 는 다행히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우리말 번역은 입니다. 그 작품의 한 에피소드 가운데 '렌고쿠 교쥬로'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작중에서 그는 주인공과 함께 선한 편에 서 있었고, 강력한 힘을 갖고 태어났으며 의협심이 크고 정의로우며 무엇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교쥬로는 그러나 매우 강력한 악당과 대결 중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패색이 짙었던 그를 깨운 것은 렌고쿠의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
2024.10.13
우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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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13일 예배 공동기도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여러 가지 마음의 모양을 갖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무탈하게 보낸 이도 있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이도 있습니다. 주님, 예배드리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당신의 음성과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해 주십시오. 주님은 밝은 귀를 갖고 계셔서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들으시는 분임을 잊지 말게 해 주십시오. 주님, 지난 며칠 우리는 멀리 유럽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에 설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말로 쓰인 우리의 슬픈 역사가 보편성을 갖추고 세계적 공감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오늘도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축하의 말을 할 수 없다는 그 작가의 말을 가슴 속에 오래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슬픔에 공감하고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감..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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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6일 공동기도
창조주이신 하나님, 하늘이 얼마나 맑고 높은지 주님 생각이 절로 나는 요즘입니다. 온 세상은 창조의 섭리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자꾸만 그늘이 드리웁니다. 세상의 속도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일그러집니다. 주님, 세상이 우리를 지나쳐가도 내 옆에는 언제나 주게서 나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바라보게 해 주십시오. 주님과 함께 걷는다면 세상의 속도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평화이신 주님, 중동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적의를 가득 담은 미사일이 집과 학교, 병원과 교회를 가릴 것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포탄에 땅이 패일 때, 우리 주님의 마음도 갈라지고 패입니다. 보복과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주께서 개..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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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예배 기도
하나님,오늘도 이곳에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지난 추석에는 가족, 친척들과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나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눈앞에 다가온 기후위기를 모두가 체감했습니다. 앞으로의 추석도 이렇게 계속 더워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변화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주님 우리와 함께해주세요. 친척들과 헤어지면서 요즘 같은 때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는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습니다. 하루 빨리 의료시스템이 정상화 되길 바라지만, 정부와 전공의들간의 갈등은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일부의 전공의는 응급실에 남아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부역자라 부르며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정부는 작성자를 색출해 구속하는 행태도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패배해야 끝이나..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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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8월 25일 예배 기도
주님! 우리는 성령 강림 후 연중 시기의 중간에 와 있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닮은 이 시기에 우리의 일상이 작은 신비로 풍성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진부하고 악한 소식과 우리에게 닥쳐오는 비극적인 사건들, 희망을 품기 어려운 반복적인 삶의 지속 가운데 우리의 삶은 쉽게 납작해집니다. 마치 뜨거운 날 홀로 우물 앞에 선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는 주님 앞에 간신히 서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말을 걸어오실 때, 우리가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우리의 납작했던 기도의 언어는 변혁되고, 예기치 못한 기쁨에 휩싸이며, 우리의 시선은 곁에 있는 공동체를 향하게 되고, 그 공동체가 함께 쌓아올렸던 것이 아름다운 형상으로 나타남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예배와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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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28일 예배 기도
하나님 아버지,오늘 이 시간, 저희가 주님의 앞에 나아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오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시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기를 원합니다.주님, 오늘날 우리는 무더위와 장마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계절의 극심한 날씨 가운데서도 주님의 평안과 위로를 찾기를 원합니다. 무더위로 인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주님의 시원한 은혜를 내려주시고, 장마로 인한 피해와 불편 속에서도 주님의 보호와 도움을 경험하게 해주세요.하나님,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이웃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이 계절이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되게 하시고, 이 어려움을..
2024.07.28
청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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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논리: 그리스도교 신학의 넓이와 깊이> 설명, 4장 계시의 신비 2
2.그러나 근대가 시작될 무렵부터 나타난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세상 가운데 오늘도 울려 퍼지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알아차리려 노력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이 맞는지, 하나님의 계시가 맞는지에 대한 문제에 골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쉽게 이게 하나님의 계시인지 누가 알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빠져버리게 된 것입니다.근대에 이르러 이 문제를 확실성의 문제 또는 실증성의 문제라고 부릅니다. 도대체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노래하시는 음성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아침에 태양이 뜨는 것을 보고 나를 위한 회복의 빛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뜻이 무엇이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등등의 문제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이 책을 다루며 주..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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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논리: 그리스도교 신학의 넓이와 깊이> 설명, 4장 계시의 신비 1/2
1.이번 시간에는 계시의 신비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먼저 계시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야겠습니다. 영어로는 revelation, 드러내 보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신에 의해 혹은 신적 힘으로, 인간의 힘으로는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드러나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을 계시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계시란 어렴풋이 알던 것이나 감추어져 있던 중요한 어떤 내용들이 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드러나서 우리가 깨닫고 이해되는 것을 말합니다.우리가 길동무 삼고 있는 매킨토시는 자연 세계의 질서와 규칙,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모습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을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난 시간 창조의 신비를 다루며 이해했듯, 하나님의 뜻으로 창조된 이 세계는 하나님의 충..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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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논리: 그리스도교 신학의 넓이와 깊이> 설명, 3장 창조의 신비
1.매킨토시의 세 번째 설명입니다. 창조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3장에서 매킨토시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음을 믿는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매킨토시는 그 의미를 차근차근 풀어가는데, 형이상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다면 다소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통 형이상학의 초보적인 이해 가운데 '개체'를 다루도록 하겠습다.철학에서 개체란 단일하고 독립적인 통일적 존재를 가리킵니다. 이 통일된 존재는 물질적, 양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정신적이고 질적 측면도 포함됩니다. 가령, 개체란 한 마리의 개를 가리키기도 하고,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집단 개념은 물론 사랑이나 믿음 같은 정신적 측면도 가리킵니다. 철학에서는 오랜 시간, 이 개체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오랜 논의가 있었..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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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논리: 그리스도교 신학의 넓이와 깊이> 설명, 2장 삼위일체의 신비
1. 두 번째 장, 삼위일체의 신비를 설명하겠습니다. 1장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비가 무엇인지, 그리고 신비를 만나게되는 단계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신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이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합니다. 신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지으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여전히 어제와 같지만,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의 오늘은 어제와 같을 수 없습니다.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신비는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장엄한 경험, 고통스러운 경험, 잔잔한 경험 등등 우리의 일상이 마주하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신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비는 하나님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 일종의 문입니다. 가장 좋은 예로 C. S...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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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논리: 그리스도교 신학의 넓이와 깊이> 설명, 1 장 신앙의 신비
이 글은 마크 A. 매킨토시의 를 설명합니다. 한 시간 강의로 담아내기 어려웠던 내용들,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들, 그리고 이해를 돕는 조금 더 쉬운 예시를 담았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으로 설명할 예정입니다. 설명 원고를 먼저 읽으시고 를 읽으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리스교 신앙과 신앙 요소들에 대해 말하거나 쓰고자 할 때 우리는 막막함을 느낍니다.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믿음이 뭐야? 라고 물으면 우리는 별안간에 말문이 막히고 말 것입니다. 이때 우리의 신앙에 대해, 신앙의 요소에, 대해 신앙의 구조에 대해 적절히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유용한 도구가 있습니다..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