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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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폐허에서(사 66:10-14)
옛 노래가 입가에 머물 때요즘은 복음성가나 CCM과 같은 찬양곡들을 그다지 즐겨듣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전에 알고 있던 노래가 입가에 머물 때가 있습니다. 가사도 온전하게 생각나지 않고, 곡의 제목도 가물가물하지만 한 두 마디의 음조나, 짧은 가사 한 대목이 반복되고 그렇게 며칠을 흥얼흥얼하는 경우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일 있으시지요. 지난주 제가 그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오고 다시 집으로 가는 중에 아주 오래 전 들었던 노래의 한 부분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고 그렇게 일주일 내내 그야말로 흥얼흥얼했습니다. 제 입에 머물며 한동안 자리를 잡고서 떠나지 않았던 노래의 가사는 "내가 쓰러진 그곳에서 주는 나를 강하게 하리, 나는 다시 일어나겠네 주는 결코 나를 포기..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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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를 불살라서(누가복음 9:51~62), 성령강림 후 3주
'감히?'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누가복음 본문은 "예수께서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여정의 방향을 잡기로 마음먹으신 연유가 당신께서 하늘로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주님께서 죽을 날이 다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예루살렘 여정은 곧 그의 죽음의 길, 고난의 길인 셈이지요. 그러나 주님은 이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남 없이 걸어가십니다. 주님은 먼저 사람들을 보내어 당신과 제자들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여러 사람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도록 지시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무리가 작지 않으니 아마도 이런 심부름을 보내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예루살..
202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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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라는 은총(눅 8:26-39)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만났을 때저는 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한강 잠수교 터널로 들어와서 녹사평 언덕을 넘은 후 전쟁기념관 앞, 요즘에는 용산 대통령실이라 부르는 그 길을 돌아 교회로 옵니다. 그 길 한 모퉁이에는 할머니 한 분이 거의 매일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한눈에 보아도 남루하고 왜소한 할머니는 당신 몸만 한 피켓을 들고 작은 확성기를 손에 쥐고 매일 무언가를 외칩니다. 제가 그 길을 지나는 날에 단 한 번도 이분을 뵙지 못한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소리치고 계신 것이지요. 그 할머니가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매일 그 소리를 들었음에도 말입니다. 어느 날은 신호가 걸려 그 할머니 앞에 선 적이 있었습니다. 피켓에 쓰여있는 글..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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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당하지 못할지라도(요 16:12-15)
연중시기로이제 교회력은 일상 절기 혹은 연중시기(ordinary time)라 부르는 시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 청년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교회력의 흐름과 호흡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 세상에 나오신 주님을 바라보는 주현절, 고난의 길을 함께 걷는 여정으로서의 사순절, 기쁨의 부활절 그리고 교회의 시작과 성령의 역사를 개시하는 성령강림절을 지나왔습니다. 이처럼 대림절에서 성령강림절로 이어지는 교회력의 처음 6개월은 예수님의 삶을 뒤따르는 절기입니다. 여러 말씀을 함께 읽고 살피며 주님의 삶에 관하여, 주님의 말씀에 관하여 그리고 주님께서 뜻하신 바에 대하여 우리는 서로 나누고 성찰했습니다. 이제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남은 반년 동..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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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에 흩으셨다(사도행전 2:1~21 / 창세기 11:1~9)
언어의 권능세상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 하나님이 사용하신 도구는 오직 언어였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이라는 언어로 세상 모든 것을 이루셨습니다. 하나님이 있으라 하시니 그 말씀하신 것이 거기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언어는 세상을 존재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존재들은 막무가내로 방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질서를 갖추고 정돈됩니다. 하나님의 언어로 존재하게 된 세상의 모든 요소는 그렇기에 보기가 좋습니다. 하나님의 언어는 세상을 존재케 하고 더불어 좋음의 상태로 만드십니다. 하여 하나님의 언어에는 권능이있습니다. 창세기 2장에 이르면 창조 세계에서 언어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하나님의 언어로 말미암아 존재케 된 세상 모든 것들에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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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의 돈벌이 희망(행16:16-24)
친구들 이야기23살 선빈 씨는 손재주가 좋아서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들기도 잘하고 요리도 잘했습니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곧잘 도왔던 선빈씨는 살갑고 다정한 딸이었습니다. 선빈 씨는 일찌감치 취업해서 부모님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빵 만들기 특기를 살려 빵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지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 취업에 성공한 선빈 씨를 주변에서 많이 칭찬했습니다. 부모님도 좋아하셨고요. 선빈 씨와 같은 또래의 23살 선호 씨도 성실하고 착했습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고, 일하는 와중에도 언제나 책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일이 좀 고되긴 하지만 시급이 높은 항구에서 일하며 부족한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었습..
2025.06.01
우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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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13일 예배 공동기도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여러 가지 마음의 모양을 갖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무탈하게 보낸 이도 있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이도 있습니다. 주님, 예배드리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당신의 음성과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해 주십시오. 주님은 밝은 귀를 갖고 계셔서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들으시는 분임을 잊지 말게 해 주십시오. 주님, 지난 며칠 우리는 멀리 유럽에서 들려온 기쁜 소식에 설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말로 쓰인 우리의 슬픈 역사가 보편성을 갖추고 세계적 공감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오늘도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축하의 말을 할 수 없다는 그 작가의 말을 가슴 속에 오래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슬픔에 공감하고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감..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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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0월 6일 공동기도
창조주이신 하나님, 하늘이 얼마나 맑고 높은지 주님 생각이 절로 나는 요즘입니다. 온 세상은 창조의 섭리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자꾸만 그늘이 드리웁니다. 세상의 속도에 발을 맞추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일그러집니다. 주님, 세상이 우리를 지나쳐가도 내 옆에는 언제나 주게서 나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바라보게 해 주십시오. 주님과 함께 걷는다면 세상의 속도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평화이신 주님, 중동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적의를 가득 담은 미사일이 집과 학교, 병원과 교회를 가릴 것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포탄에 땅이 패일 때, 우리 주님의 마음도 갈라지고 패입니다. 보복과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주께서 개..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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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예배 기도
하나님,오늘도 이곳에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지난 추석에는 가족, 친척들과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나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눈앞에 다가온 기후위기를 모두가 체감했습니다. 앞으로의 추석도 이렇게 계속 더워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변화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주님 우리와 함께해주세요. 친척들과 헤어지면서 요즘 같은 때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는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습니다. 하루 빨리 의료시스템이 정상화 되길 바라지만, 정부와 전공의들간의 갈등은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일부의 전공의는 응급실에 남아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부역자라 부르며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정부는 작성자를 색출해 구속하는 행태도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패배해야 끝이나..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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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8월 25일 예배 기도
주님! 우리는 성령 강림 후 연중 시기의 중간에 와 있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닮은 이 시기에 우리의 일상이 작은 신비로 풍성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진부하고 악한 소식과 우리에게 닥쳐오는 비극적인 사건들, 희망을 품기 어려운 반복적인 삶의 지속 가운데 우리의 삶은 쉽게 납작해집니다. 마치 뜨거운 날 홀로 우물 앞에 선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는 주님 앞에 간신히 서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말을 걸어오실 때, 우리가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우리의 납작했던 기도의 언어는 변혁되고, 예기치 못한 기쁨에 휩싸이며, 우리의 시선은 곁에 있는 공동체를 향하게 되고, 그 공동체가 함께 쌓아올렸던 것이 아름다운 형상으로 나타남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예배와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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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28일 예배 기도
하나님 아버지,오늘 이 시간, 저희가 주님의 앞에 나아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오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시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기를 원합니다.주님, 오늘날 우리는 무더위와 장마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계절의 극심한 날씨 가운데서도 주님의 평안과 위로를 찾기를 원합니다. 무더위로 인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주님의 시원한 은혜를 내려주시고, 장마로 인한 피해와 불편 속에서도 주님의 보호와 도움을 경험하게 해주세요.하나님,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이웃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은혜로 이 계절이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되게 하시고, 이 어려움을..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