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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과 나눔

#01. 청년 서신: 벽을 문으로

by 청파비둘기 2026. 8. 12.

 

🔖 사랑하는 여러분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현관을 나서는데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는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맹렬한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고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낱말을 조금 더 기대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일 우리는 청청의 시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이미 느끼고 계시겠지만, 요즘 인원이 부쩍 늘었고 그에 따라 새로운 얼굴들도 많아졌습니다. 서른 명이 넘게 참석한 지난 여름 수련회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청년부 여름 행사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말씀과 성찬이라는 예배의 두 기둥도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성서일과를 따라 시편, 구약, 서신서, 복음서 말씀을 고루 읽는 습관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2부 순서에 참석하는 인원도 많아져서 다양한 역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 걸음을 상상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째, 청청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 안에서 생겨난 새로운 역동이 흘러갈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둘째, 멈추거나 바꾸었으면 하는 일입니다. 민감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우리 안에서 조정하고 고민하여 수정해 나가면 좋을 일들에 대해서도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껏 잘해온 우리의 정신과 유산 가운데, 이것만큼은 끝까지 지켜나가면 좋을 것에 대해서도 나눴습니다.

 


환대의 정신을 우리의 문화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재밌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소모임 활성화를 위한 청청 동호회를 만들어 다채로운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와 연결하여 개발자들이 나서서 소모임 플랫폼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모임에 참석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참고로 이 플랫폼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해볼 만한 모임들 가운데에는 연말 단체 봉사(가령 연탄 나르기 등), 유기견 봉사활동, 빈곤 운동 단체 '아랫마을'과의 연대를 통한 봉사활동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양한 의견들 아래에 흐르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청 안에서 어떤 모임이 일어나든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비단 특정 모임에 한정되는 일은 아닙니다. 예배나 2부 순서를 비롯한 청청 공동체 전반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우리 각자가 낯선 이를 향한 작고 겸손한 배려를 몸에 익히는 일입니다. 가령 낯선 이가 예배에 나왔을 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용기를 내보이는 일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환대란 결국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토론을 통해 서로 확인했습니다. 

 


벽이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
멈추거나 바꾸었으면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칫 마음이 상할 수도 있어 긴장했지만, 역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먼저 나온 주제는 '호칭'이었습니다. 청청 내에 친한 그룹은 서로 평어를 쓰지만, 아직 관계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들은 존댓말을 쓰는데, 이게 자칫 거리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관련하여 이런저런 논의를 하던 중, 우리는 공동체 안에 크고 작은 벽이 존재함을 인정했습니다. 예배 인원이 30~40명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룹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서로 맺어온 관계의 밀도가 달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여느 공동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존재하던 모임 속으로 새로운 이들이나 관계 맺기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다가가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공동체 안에 이미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 사이의 벽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토론을 하며 이 벽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벽은 영원하거나 무한하지 않습니다. 앞서 우리가 환대와 다정함의 문화를 내면화하자는 결심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 과정을 '벽을 문으로 바꿔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벽이 문이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편하고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를 느슨히 할 용기를 내야 하고, 누구라도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먼저 문을 열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벽이 있음을 인정하되, 그 벽을 문으로 바꾸고자 모두가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어야겠습니다.

 


다정함을 잃지 않기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껏 잘해왔고,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청년부 입회 기준을 지금과 같이 모두에게 열어두기, 특정 신앙 형태를 강요하지 않기,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갖기, 연대하고 있는 단체들과 계속 함께하기 등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유산을 앞으로도 이어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정했듯 앞으로도 서로를 향한 다정함을 잃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성찬의 기쁨을 계속 이어가며, 앞으로도 열린 성찬을 지향하자는 의견은 고마웠습니다. 성찬은 소중한 전통이지만 한국 개신교회가 소홀히 여겼던 전례이기도 합니다. 청청은 흐려졌던 교회의 전통을 되살려 우리의 형편에 맞게 새로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유산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성찬의 기쁨을 지켜가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우리가 우리 생각보다 썩 괜찮은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좌충우돌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려움이 있지만 넉넉히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청파의 청년 여러분, 청년의 시절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단락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때, 우리가 함께 청년으로 예배드리고 찬송하고 성찬을 나누었던 추억이 큰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다음 걸음이 더 기대됩니다. 평안을 빕니다.


2026년 8월 12일

김형욱 목사 드림